책들의 우주 936

모차르트 평전, 필립 솔레르스

모차르트 평전 필립 솔레르스(지음), 김남주(옮김), 효형출판 필립 솔레르스(Philippe Sollers). 그는 첫 소설인 를 20살 때 쓰고 21살 때 발표한다. 그의 첫 장편인 은 22살 때 발표한다. 그리고 그는 이 장편 소설로 일약 프랑스 문단의 별로 떠오른다. 이 때 많은 사람들이 필립 솔레르스를 (다소 과장이 포함되어 있었겠지만) 레이몽 라디게, 마르셀 프루스트와 비교했다. 이후 그는 이라는 문예이론잡지를 창간해, 프랑스 후기 구조주의 이론의 탄생을 주도한다. 그러나 그의 소설 몇 편이 번역되었지만, 번역된 그의 문장은 일반 독자가 읽기에는 다소 난해했고 한국의 작가나 문학 평론가들에게 필립 솔레르스는 호사(好詞)적 용도로만 쓰였을 뿐이다. 기괴하면서 어쩐지 슬픈 기분에 나는 젖어 있었다...

성공하는 CEO들의 일하는 방법, 스테파니 윈스턴

성공하는 CEO들의 일하는 방법(Organized For Success) 스테파니 윈스턴(지음), 김경섭(옮김), 3mecca.com 나는 ‘정리’와는 거리가 멀다. 어수선한 감수성만큼이나 책들도 어수선하게 꽂혀있고 CD와 LP는 걸핏하면 방바닥에서 나와 잠자리를 같이 하며, 책은 두 세 권을 동시에 읽는다. 직장 생활 때는 어수선한 책상으로 악명을 떨쳤다. 그런 책상 속에서 보고서가 나오는 걸이 신기할 정도였다. 어수선해질 때마다 정리하는 것도 여러 번, 정리하기가 무섭게 금방 어수선해지는 책상을 보면서, 마음 한 켠에는 어느새 ‘어떻게 하면 정리정돈을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커져만 가고 있었다. 이 책은 나에게 그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주었다. 이 책의 저자인 스테파니 윈스턴은 ..

자전거여행, 김훈

자전거 여행 김훈, 생각의 나무, 2000 김 훈의 문장은 그 서정성의 깊이로, 그리고 그 문장의 우아함으로 언제나 여러 평자들의 호평을 받는다. 하지만 이번 뒷 표지에 실린 정끝별의 글은, 속된 말로 표현하자면 '오버'다. 늘 소설이나 시집, 혹은 산문집 뒤에 실린 평론가들의 평은 작가들의 영혼을 비켜나가선 스타카토 풍의, 뚝뚝 끊어지는 문장의 공허함만을 선사한다. 이번도 틀리지 않아서 '가히 엄결하고 섬세한 인문주의의 정수'라든 가 '그의 사유와 언어는 생태학과 지리학과 역사학과 인류학 과 종교학을 종(縱)하고 횡(橫)한다'라는 문장은 을 아무리 다시 읽어도 이해가 불가능하다. 왜냐면 이 책은 제목 그대로 글쓴이가 자전거로 여행하면서 적은 기행문이기 때문이다. 가끔 몇 권의 책을 언급하지만 그건 잠시..

리서치 보고서를 던져버려라, 앤디 밀리건, 숀 스미스

리서치 보고서를 던져버려라 - 앤디 밀리건 외 지음, 이현주 옮김/위즈덤하우스 , 앤디 밀리건, 숀 스미스(지음), 이현주(옮김), 위즈덤하우스 일독을 권할 만한 유용한 책이다. 이 책의 원제는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행하라(See, Feel, Think, Do)’이다. 이 원래 제목이 다소 과감한 느낌의 ‘리서치 보고서를 던져버려라’라는 제목으로 바뀐 것이 이 책의 매출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궁금해진다. 우리는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려고 할 때, 광범위한 설문조사, 포커스그룹인터뷰, 유사 사례 조사, 리서치회사나 컨설팅회사의 관련 보고서 등 다양한 방식의 리서치와 보고서에 의존한다. 꽤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고 성공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면서 신제품과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지만, 대부분 ..

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 주제 사라마구Jose Saramago(지음), 정영목(지음), 해냄 소설을 읽다 끔찍한 기분이 들어, 읽기를 멈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리고 소설을 다 읽은 지금도, 그 끔찍한 기분이 사라진 것이 아니다. 이 놀라운 소설 앞에서, 나는 다시 한 번 위대한 서사가 어떻게 우리 인간의 삶과 영혼, 그 밑바닥에 숨겨진 고통스러운 존엄성에 대해 상기시켜 주는가를 목격하게 된다. 내가 그 동안 읽었던 그 어느 소설보다 위대했고, 고통스러웠으며, 인간이란,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누구든지, 이 소설은 반드시 읽어야 할 소설들 중의 하나다. 눈먼 자들의 도시 -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해냄(네오북) * 아래는 주제 사라마구의 단편 소설이다. 일독을 권한다. ..

광기와 천재, 고명섭

, 고명섭(지음), 인물과사상사 이 책을 구입한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알라딘 서평 대회(?)에 서평 하나 내어 도서 구입비라도 받아볼 생각이었다. 동시에 한겨레신문사에서 고종석 기자 이후로 필력을 자랑한다는 고명섭 기자의 문장을 보고 싶은 것도 있었다. 하지만 서평을 내야 하는 기간 중에 책을 다 읽지도 못했으니, 그냥 책 값만 날린 꼴이 되었고, 대신 위안이라고 할 만한 것이, 고명섭 기자의 머리말 은 근래에 읽어본 글들 중에서 수위를 차지할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하지만 책은 전반적으로 재미있고 쉽게 읽히나, 저자가 읽었던 책들의 다이제스트 판으로 밖에는 읽히지 않는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아돌프 히틀러, 세르게이 네차예프, 조제프 푸셰, 장-자크 루소, 나쓰메 소세키, 프란츠 카프카, 루트비히 비트겐..

매의 노래, 바진

, 바진(지음), 홍석표, 길정행, 이경하(옮김), 황소자리 이 책을 읽으면서 현대 중국 사회에 있어서 ‘문화혁명’(1966년 ~ 1976년)이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겼고, 아직도 아물지 못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에 노(老) 작가 바진은 끊임없이 한 개인의 삶과 문학의 존재 의미를 물으며, 고통스럽고 수치스러운 과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는 아직도 문화혁명의 상처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끊임없이 문화혁명 시기의 자기 자신과 그의 가족, 그의 동료들에 대해 회상하면서 후회했다. ‘바진 타계 일주년 추모 수상록 선집’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이 책에서 독자는 시간 앞에서 끝없이 진실해야 된다는 작가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왜 자신이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일을 쓸 수 없단 말인가?..

발터 벤야민과 아케이드 프로젝트, 수잔 벅 모스

, 수잔 벅 모스(지음), 김정아(옮김), 문학동네 근사한 이름이다. 발터 벤야민. ‘기계복제시대의 예술작품’에서 그는 ‘아우라(Aura)’를 부정하였지만, 시간이 지나 그의 이름에도 ‘아우라’가 풍기기 시작했다. 그의 이름에는 천재적인 문필가들이 자주 겪게 되는 사후의 명예가 따라다니고, 궁핍한 생활 속의 방황과 끝없이 펼쳐지는 사유의 바다가 함께 어우러진다. 수잔 벅 모스는 발터 벤야민의 최후의 저작, 끝내지 못하고 폐허로 변한 파리에서 먼지들 속의 메모 뭉치로만 남은 를 새로운 방식으로 엮어낸다. 그래서 이 책은 일종의 연구서이면서 문학적 창작물이 된다. 이 두꺼운 번역서를 손에 쥐고 있을 독자들이란, 신비주의적이면서도 마르크스적 시각을 가지고 대중문화, 번화한 거리, 상가, 아무렇게나 읽고 버려진..

미켈란젤로, 하인리히 코흐

미켈란젤로 하인리히 코흐(지음), 안규철(옮김), 한길사 하인리히 고흐의 전기는 미켈란젤로의 일부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이 책 서두의 ‘성격에 대한 논란’이라는 챕터에서 잘 드러난다. 그리고 전기의 일부는 이 논란에 대한 반박으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이 책 속에서 미켈란젤로는 예술가이면서도 피렌체 장사꾼처럼, 자기 스스로는 검소하게 살았지만 은행과 부동산 투자로 대단한 부를 가진 이로,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끊임없이 가족을 경제적으로 부양했던 이로 묘사되고 있다. 이 때문에, 예술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는 매우 평범하고 일반적으로 그려질 뿐이다. 예술(조각)에 대한 미켈란젤로의 뜨거운 열정과 끊임없는 번뇌와 고민이 드러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미켈란젤로에 대한 다른 책에서도 언..

성상파괴주의와 성상옹호주의, 진형준

, 진형준(지음), 살림 재미있게 읽히는 책이지만, 잘 정리되어 있다거나 분명한 논점을 가진 책은 아니다. 그래서 다소 맥이 빠지기도 하고 어느 부분에는 다소 부적절해보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을 폄하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문학평론가의 재능을 살려, 문학적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되는 이유는 사상사, 예술사, 종교사의 내용이 서로 어우러지지 못하고 따로따로 놀아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원론(dualisme)에 대한 설명은 다소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은 성상에 대한 두 가지 태도는 보이지 않는 추상적 개념을 보이게 할 것인가, 보이지 않게 그대로 놔둘 것인가에 결정에 따라 성상파괴주의와 성상옹호주의로 나누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원론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