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 936

대머리여가수, 외젠 이오네스코

대머리여가수, 외젠 이오네스코(지금), 오세곤(옮김), 민음사 (* 대머리여가수 외에 수업, 의자가 수록되어있음) 외젠 이오네스코는 ‘의자’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The subject of the play is not message, nor the failures of life nor the moral disaster of the two old people, but the chairs themselves; that is to say, the absence of people, the absence of the emperor, the absence of God, the absence of matter, the unreality of the world, metaphysical emptiness. The t..

문화예술, 2007년 봄호

문화예술, 2007년 봄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 ‘문화예술’ 2007년 봄호를 다 읽었다. 어제 출근길에서 차례대로 읽기 시작해 오늘 아침에 다 읽었다. 하이라이트는 1954년 대학신문에 실린 황산덕의 글이었다. 정비석의 ‘자유부인’을 비판하는 글로써, 가상으로서의 소설과 현실로서의 사회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 짤막한 인용문을 읽으면서 크게 웃었다. 어찌된 일인지 요사이 대학에 나가면 여기저기서 정비석 선생을 원망하고 비난하고 저주하는 목소리가 매일 들려옵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대학교수가 불우한 족속들 중 하나라는 것을 정 선생도 모르지는 않으실 것입니다. 정 선생에 앞서 화제가 된 김모씨는 라는 작품으로 유명해졌습니다. 그 작품의 대상자는 당당한 고관이요, ..

Best Innovation and Design Books for 2006

BusinessWeek에서 작년 말 발표한 비즈니스 책 리스트다. 최근 innovation(혁신) 트렌드는 design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 Blue Ocean Strategy 다음 트렌드인 듯한데, design에 중심을 둔 innovation의 개념이나 실천이 국내 기업들에게는 아직 두드러지지 않는 듯하다. CRM 열풍이 고객이 실제적으로 느낄 수 있을 만한 Relationship 구축에 이바지한다는 느낌도 잠시, 모든 기업들이 CRM 솔루션을 도입해버리자, CRM 솔루션만으로 Relationship 구축에도 한계가 다다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 design company에서부터 흘러나온 innovation 트렌드는 꽤 흥미롭다. 이에 부응이라도 하듯 BusinessWeek에서는 In..

행인行人, 나쓰메 소세키

행인行人 나쓰메 소세키(지음), 유숙자(옮김), 문학과지성사 인생은 쓸쓸한 거다. 사랑한다고 고백하지만, 연인은 떠나가고, 마음 한 켠에 남은 상처는 새벽 네 시에 울리는 전화벨 소리마냥 예기치 못한 순간에 들이닥친다. 이해하려고 노력할수록 더 깊은 미궁 속으로 빠지는 것이 현대식 사랑이다. 그러니 다치지 않기 위해 사랑은 한 켠으로 밀어 놓은 지 오래. 하얀 눈이 보기 드문 겨울이 가고 황사 가득한 봄이 오고 나는 나쓰메 소세키의 ‘행인’과 만나게 된다. 어떤 확신처럼, ‘인생은 쓸쓸한 거다’라고 읊조리지만, 그것을 확인할 때면 가슴 한 쪽이 아려오는 건 어쩌지 못한다. 방 안은 촛불로 인해 소용돌이치듯 동요했다. 나도 형수도 눈살을 찌푸리고 타오르는 불꽃 끝을 응시했다. 그리고 불안한 쓸쓸함이라 형용..

미래, 살아있는 시스템

미래, 살아있는 시스템 - 피터 셍게 외 지음, 현대경제연구원 옮김/지식노마드 미래, 살아있는 시스템 피터 셍게, C.오토 샤머, 조셉 자와스키, 베티 수 플라워즈(지음), 현대경제연구원(옮김), 지식노마드 2006 읽는 이마다 그 반응이 확연히 달라질 수 있는 책이다. 결국은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책이지만, 책 내용은 신비주의적이며 범신론적이고, 유기체적 세계관의 반복으로 이루어져 있다. 서양인들이 동양의 세계관을 받아들이는 형태이기도 하여, 스스로 동양인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의 눈에는 이들의 노력이나 열정이 깊이가 없어 보이고 철부지 아이 같은 것이라 치부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이 좋았는데,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나 기업의 경쟁력 제고, 경영 혁신과 같은 것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MIT..

바로크, 신정아

바로크 신정아(지음), 살림지식총서143 이런 책에 대한 리뷰를 쓴다는 건 유쾌한 일이 아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바로크’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을 때, 이 단어에 대한 정의와 해설을 해주는 책이 있다는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저 책이 있다는 것일 뿐, 이 책의 저자는 아르놀트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도 읽지 않은 듯 보인다. 그래서 바로크의 전 양식인 매너리즘에 대한 이해는 전혀 없으며, 고전주의적 바로크와 낭만적 바로크에 대한 구분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바로크 음악에 대해선 잘못된 설명을 하고 있다. 이 책을 보면서 전문 연구자가 아닌 필자의 전문 서적 집필이 매우 위험한 행위임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면 누가 이런 책을 만들 생각을 할까? 정말 난감..

백만불짜리 열정, 이채욱

, 이채욱(지음), 랜덤하우스중앙 직장인으로서 제대로 된 마음가짐(태도)을 가지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때론 우쭐했을 때도 있었고 때론 다른 것이 하고 싶어 채 일 년을 채우지 못하고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기도 했으며, 맡은 프로젝트를 끝까지 책임지고 완수하지 못하기도 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먼 것 같으니,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 책의 내용이 다른 책과 비교해 탁월하다거나 대단히 감동적이라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책은 너무 많다. 내용도 다 비슷비슷하고. 하지만 이채욱 회장이 삼성물산에 들어가 회사 자본금의 3분 1 규모가 되는 돈을 날려버렸을 때, 이를 책임지고 그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분 분투한 이야기는 많은 것들을 느끼게 해주었다. 잠시 주위를 돌아보면, ..

권력과 지식, 미셸 푸코

권력과 지식 - 미셸 푸코와의 대담 콜린 고든(편), 홍성민(옮김), 나남, 1991 권력과 지식 - 콜린 고든 지음/나남출판 기억을 더듬어보면, 미셸 푸코의 저서를 제대로 읽었던 적이 없다. 는 2권까지 읽었으나, 전혀 기억나지 않고, 를 읽었지만 재미없었다. 는 읽다가 그만두었고 은 이정우의 역자 서문만 읽었다. 미셸 푸코의 책을 읽는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내가 미셸 푸코의 책을 읽으려고 노력했던 시절은 대학시절이었으니, 무모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미셸 푸코가 어렵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아무런 배경 지식 없이 무턱대고 읽기 적당한 것도 아니다. 은 1972년부터 1977년까지 미셸 푸코가 여러 저널들과 나눈 대담들을 모아 편집한 책이다. 직접 미셸 푸코의 대화를 통해 그의 사상을 엿볼..

세상이라는 거대한 연극, 살라메아 시장, 페드로 칼데론 데 라 바르카

세상이라는 거대한 연극, 살라메아 시장 페드로 칼데론 데 라 바르카Pedro Calderon de la Barca(지음), 김선욱(옮김), 책세상 인생은 꿈, 삶은 한 편의 연극, 우리들은 태어날 때 각자 배역 하나를 맡고 죽을 때까지 성심성의껏 연기한 후 죽는다. 죽은 후 얼마나 잘 연기를 수행했는가에 따라 천당에 가기도 하고 지옥에 떨어지기도 한다. 그러니 우리는 맡은 바 배역을 제대로 연기해야만 할 것이다. 17세기 사람들을 사로잡았던 이 생각은 바로크 특유의 허무적 미학을 만든다. ‘세상이라는 거대한 연극’은 이러한 허무적 미학을 종교적인 메시지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이러한 연극을 ‘성찬신비극’이라고 한다. 이 연극 형식에 대해 이해하려면 먼저 성찬에 대한 의미부터 알아야 한다. 그리스도는 죽기 ..

완벽에의 충동, 정진홍

, 정진홍(지음), 21세기북스 성공하고 싶은 사람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위기와 고난을 극복하고 끝내 성공하고 만 사람들의, 딱 그 때의 스토리만 모아서 묶은 책이다. 에센스만 모아 책으로 엮어내었으니, 그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반드시 읽어야 된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반드시, 결국에는 성공하고 마리라고 다짐, 다짐, 또 다짐해야만 된다. 하지만 비극적이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어떤 길로 가야하는지도 모르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이 책은 한 편의 비극이다. 도대체 세상이 너무, 무지막지하게, 비합리적으로 거대한 탓에 태어날 때부터 꿈과 희망을 잃어버린 시대에 이 책은 한 편의 허무한 우스운 자작극이자, 코메디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리고 무수한 성공가이드 책들 리스트로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