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 936

들길의 사상가, 하이데거, 박찬국(지음)

들길의 사상가, 하이데거 - 박찬국 지음/동녘 박찬국(지음), , 동녘, 2004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조차 느낄 틈도 없이 쫓겨 다니는 현대의 직장인에게 하이데거의 철학은 사치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 했다. 하이데거에게 만한 텍스트도 없었을 것이고 그만큼 현대인이 당면한 근본적인 질문을 잘 드러내준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이반 일리치이지 않은가. 이반 일리치로서의 삶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 하이데거의 철학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하이데거가 현대 문명에 대해 끔찍한 생각을 했다면, 나는 도리어 하이데거의 철학을 알게 되면서 끔찍해졌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삶의 문제는 철학으로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뚜렷한 목적성을 가진 실천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마이 포지셔닝, 잭 트라우트/알 리스

마이 포지셔닝, 잭트라우트, 알 리스 지음, 윤영삼 옮김, 다산북스 당황스러운 책을 집어들고 '그래, 세상은 이랬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나의 성실성보다 다른 사람의 힘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그래서 어떻게든 타인의 힘에 기대려는 시도를 하려고 마음 먹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저자들이 원하는 것은 냉정하게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으며, 혼자서 성공하는 경우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이 책의 저자들은 매우 정확한 지적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 이 책을 읽을 독자들의 몫이다. 이 책을 형편없는 책으로 치부하고 그냥 내던질 수도 있고 기막힌 메시지라고 생각하고 노트를 해둘 수도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 후자이긴 하지만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 먼저 어떤 성실성..

블루오션전략, 김위찬/르네 마보안

블루오션 전략 Blue Ocean Strategy, 김위찬, 르네 마보안 지음, 강혜구 옮김, 교보문고 “블루오션 전략은 기업으로 하여금 경쟁이 무의미한 비경쟁공간을 창출함으로써 유혈경쟁의 레드 오션을 깨고 나올 수 있는 새로운 기회에 도전하게 한다. 즉, 경쟁자를 벤치마킹하거나 줄어드는 수요를 경쟁업체와 나누는 대신, 수요를 늘리고 경쟁으로부터 벗어나는 전략이다.” 말 뿐인 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다른 책들보다 뛰어나다거나 대단한 접근법을 준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이 책의 효용성은 많은 시행착오 끝에 도달하게 새로운 차별화되고 새로운, 그래서 경쟁자가 진입하기까지 다소간의 시간이 걸리는 어떤 시장에 도달하기 위한 체계적인 접근법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위에서 인용한 문장처럼 경..

역주 이옥 전집

...... 아침도 아름다웠고 저녁도 아름다웠으며, 맑아도 아름답고 흐려도 아름다웠다. 산도 아름다웠고 물도 아름다웠고, 단풍도 아름다웠고 바위도 아름다웠다. 멀리 보이는 풍경이 아름다웠고 가까운 경치도 아름다웠다. 부처도 아름다웠고 스님들도 아름다웠다. 좋은 안주 비록 없어도 막걸리 또한 아름다웠고 어여쁜 창기 없어도 꼴 베는 노래가 아름다웠다. 요약하면, 그윽하여 아름다운 것이 있었고 상쾌하여 아름다운 것이 있었으며, 훤히 트여 아름다운 것이 있었는가 하면 높이 솟구쳐 아름다운 것도 있었다. 담담하여 아름다운 것이 있었고 화려하여 아름다운 것이 있었으며, 그윽하여 아름다운 것이 있었고 적막하여 아름다운 것이 있었다. 어딜 가도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었으며 누구와 함께 해도 아름답지 않은 이가 없었다...

떠도는 그림자들, 파스칼 키나르

『떠도는 그림자들』, 파스칼 키냐르 지음, 송의경 옮김, 문학과지성사, 2003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자의 운명. 그/그녀는 현대에 속하지 않고 고대에 속한다. 그/그녀는 현존하지 않고 오직 그림자로 왔다가 그림자로 사라진다. 침묵 속에 있으면서 수다스럽게 자신의 육체를 숨긴다. 한 곳에 머물러 있으나, 실은 그/그녀는 끊임없이 여행 중이다. 우아한 몸짓으로 시간 속으로. 오래된 시간 속으로. 소설은 이제 스토리도, 플롯도 지니지 못한 채, 소설의 운명, 책의 운명, 독서의 운명에 대해서 이야기하느라 정신이 없다. 죽음의 문턱에서야 비로소 자신의 운명을 목도하게 된 것이다. 고대에 속하는 것들이 가지는 이 때, 이런 책이 읽힌다는 것은 역설적이다. 실은 이 소설은 거짓말이다. 사라지는 것이다. 먼지가 될..

과학의 사회적 사용, 부르디외

과학의 사회적 사용 - 피에르 부르디외 지음, 조흥식 옮김/창비(창작과비평사) 삐(피)에르 부르디외(지음), 조홍식(옮김), , 창작과비평사, 2002 부르디외의 다소 이해하기 어려웠던 단어 ‘장’(場, champ)에 대해 이해를 도와준 책이다. 역자도 언급하듯이 ‘이 책의 가장 커다란 장점은 체계적이지만 복잡하고, 논리적이지만 동시에 무척이나 개념적인 부르디외의 이론들을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20세기 후반 가장 중요한 사회학자들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는 부르디외는 한국에서도 이미 익숙한 학자다. 많은 책이 번역되어 나왔고 데리다나 들뢰즈와는 다른 매우 실천적인 학자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더구나 데리다의, 문학적이긴 하나 아리송한 단어들이나 들뢰즈의 이해하기 힘든 개념어들..

잭 웰치-끝없는 도전과 용기, 잭 웰치

잭 웰치-끝없는 도전과 용기 잭 웰치 지음, 청림출판 이 글을 쓰기 전 YES24.com에 들려 그 곳에 올라온 독자 리뷰를 읽었다. 그리고 별점을 낮게 준 독자의 리뷰 몇 편을 읽었는데, 기업에 대한 이해가 낮거나 기업, 또는 자본주의에 대한 혐오를 가지고 있었다. 대학 시절, 자본주의가 어떠니, 사회가 어떠니 해대다가 졸업과 동시에 자본주의 사회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혐오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아무리 철없고 어리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순간, 그렇게 강요한 사람들은 그들이 죽을 때까지 그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잭 웰치의 자랑도,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칭송도, 거만하고 안하무인인 다국적 기업의 변명도 아니다. 운 좋게 거대 기업의 CEO가 된 한..

하이테크 산업 경영, 마르코 아이언시티

하이테크 산업 경영 - 마르코 아이언시티 외 지음, 현대경제연구원 옮김/21세기북스(북이십일) 하이테크 산업 경영 Managing High-Tech Industries 마르코 아이언시티 외 지음, 현대경제연구원 옮김, 21세기 북스, 2000년 초판. 1. 뭔가 풀리지 않을 땐, 책을 읽으라. 동시에 실력자에게 조언을 구하라. 조언을 구할 땐 늘 해답이 될 수 있는 무언가(일종의 가설)를 품고 가는 것이 좋다. 늘 결정은 자신의 몫이기 때문에. 2. 올해는 내가 주도적으로 하고 있는 분야에 대해선 전략을 세우고 임했다. 이 점에 있어서 같이 사업을 하고 있는 친구에게 미안한 감을 가지고 있다. 사업을 할 때 전략 없이 움직이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회사에서 주력으로 하고 있는 영역에 대한 나의 대처는 그리..

브랜드 자산 경영, 스코트 M.데이비스

브랜드 자산경영 - 스코트 M. 데이비스 지음, 최원식.박영미 옮김/거름 스코트 M. 데이비스(지음), 박영미, 최원식(옮김), , 거름, 2001년 초판 2쇄 ‘브랜드’라는 단어만큼 갑자기 유명해진 것도 없을 듯싶다. 브랜드 매니저가 있는 기업도 있고 브랜드 컨설턴트라는 직업도 생겼다. 하지만 제대로 브랜드를 관리하고 키워나가는 기업은 아직 드문 것 같다. 왜냐면 브랜드가 마케팅 전략의 일부라고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CI나 BI에 대해선 신경 쓰고 캐치프레이즈나 광고 전략에만 골몰한다. 얼마 전 피자 회사인 A사의 지방 체인점에서 배달된 피자에 벌레가 발견된 일이 있었다. 이 일로 그 회사의 매출이 급속도로 떨어졌으며 다른 피자 회사에게도 타격이 되었다. 그런데 이 일이 더 유명해지게 된 데에는..

르네상스의 초상화 또는 인간의 빛과 그늘, 고종희

고종희(지음), 르네상스의 초상화 또는 인간의 빛과 그늘, 한길사(2004년 초판 1쇄) 오랜만에 국내 저자가 쓴 꽤 좋은 미술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일반적으로 르네상스 시대로 일컬어지는 14세기에서 16세기에 작품 활동을 했던 여러 화가들의 초상화만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서양미술사를 공부하고 있는 사람은 많아도 특정 시대나 특정 장르에 대한 책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런 책이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꽤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르네상스 시기의 초상화는 ‘본질적으로’ 권력의 양식이다. 이는 종교 권력이 물러나고 세속 권력이 이를 대체해 나가는 시기에 일어나는 일로서 연대기적으로 초상화 양식을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아직까지 로마의 영향권 속에 있었던 비잔틴 제국의 유스티니아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