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 936

독설의 팡세, 에밀 시오랑

, 에밀 시오랑(지음), 김정숙(옮김), 문학동네 낯설고 기괴한 아포리즘. 에밀 시오랑, 그는 언제나 타인이며, 외부자요, 끊임없이 독자에게 절망을 강요하며, 저주와 독설로 이 세상을 매도하기에 여념 없다. 평생 독신으로, 끝내 이방인으로밖에 머물 수 없었던 파리에서, 이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 출신의 노작가는 쓸쓸하게 죽게 될 1995년까지 그는 펜을 놓지 않으며, 세상을 저주하기에 여념 없다. 그래서 그에게 무엇을 남게 될 것이며, 그를 읽은 독자는 무엇을 얻게 될 것인가. 에밀 시오랑. 그의 책 몇 권이 번역되어 나왔지만, 그를 아는 이를 찾기란 매우 어렵다. 그만큼 그의 세계는 (다행스럽게도) 대중적이지 못하다. 그리고 그는 그의 책이 대중적이지 않다는 사실에 얼마간의 안도감을 가지게 될 것이다. ..

로버트 카파 - 그는 너무 많은 것을 보았다, 알렉스 커쇼

로버트 카파 - 알렉스 커쇼 지음, 윤미경 옮김/강 로버트 카파 - 그는 너무 많은 것을 보았다 알렉스 커쇼(지음), 윤미경(옮김), 강, 2006 사진이란 무엇일까. 사진가란 누구일까. 로버트 카파의 사진은 여러 번 책을 통해 보았으나, 놀랍게도 나는 그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리고 기억하지 못하는 건 당연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고 말았다(그의 ‘쓰러지는 병사’라는 사진은 기억에 있지만). 카파의 사진은 예술가가 자신의 예술 세계를 드러내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는 예술가적 삶을 산 것처럼 보이나, 뚜렷한 예술관을 가졌다기보다는 정처 없이 이 곳 저 곳을 떠돌았을 뿐이다. 그리고 그의 손에는 언제나 카메라가 있었다. 그의 몸에 붙은 듯한 그 카메라는 그의 튼튼한 두 다리처럼 그가 가는 곳마다..

피아노 치는 여자, 엘프리데 옐리네크

피아노 치는 여자 (반양장) - 엘프리데 옐리네크 지음, 이병애 옮김/문학동네 피아노 치는 여자 Die Klavierspielerin, 엘프리데 옐리네크 Elfriede Jelinek (지음), 이병애(옮김), 문학동네 길을 가다가 그녀를 만났다. 몇 해 전 봄날이었는데, 그가 나에게 먼저 자신의 피아노선생이라며, 그녀를 소개시켜주었다. 에리카 코후트. 그녀의 이름이다. 나르시시즘 연구로 유명한 정신분석학자인 하인츠 코후트와는 어떤 관계냐고 묻고 싶었지만, ‘당신, 혹시 지독한 나르시스트 아닌가요?’라는 질문의 빌미가 되지 않으려는 조심스런 생각에 그건 묻지 않았다. 삼십대 후반의 그녀는 어딘가 낯설고 기묘한 분위기를 풍겼지만, 한때 대단한 예술가적 재능을 인정받다가, 그저 그런 예술 선생, 또는 예술과..

The Next Global Stage, 오마에 겐이치

The Next Global Stage 오마에 겐이치(지음), 송재용, 강진구(옮김), 럭스미디어 신자유주의 전파에 목을 맨 경영컨설턴트의 책처럼 읽히지도 모르겠다. 주말이면 FTA 반대 시위로 몸살을 앓는 도심에서 벗어난 서울 변두리에서, 언제 문을 닫게 될 지도 모르는 작은 회사의 팀장이라는 직급이 한 없이 견디기 어려운 서른 중반의 직장인에게 오마에 겐이치의 글로벌 경제에 대한 설명과 그 대응 방법이 나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음에 분명하지만, 그것을 알게 된다고 하더라도 당장 내 삶이 바뀌는 것도 아니다. 오마에 겐이치의 주장은 분명하다. 글로벌 경제는 현실이며 그것을 거부할 수 없고 모든 이들이 그것에 적응하고 살아가는 방식을 습득해야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글로벌 경제 속에서 기존의 경제학이나..

포스트모던마케팅

'포스트모던마케팅’(스티븐 브라운 지음, 엄주영 옮김, 비즈니스북스)이라는 책의 요약본을 읽었다. ‘포스트모던’이라는 단어와는 무관한 책 내용이지만, 다른 마케팅 책들과는 다소 다른 내용을 담고 있어 관심이 가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고객 중심 마케팅이 과연 ‘만병통치약’인가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도리어 고객의 불만이 성공을 부른다고 주장한다. 고객을 기다리게 하고 안달나게 하며 괴롭혀서 지갑을 열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며, 그는 이러한 마케팅 관점을 마케티즈(marketTAESE)라고 부른다. - 고객을 홀대하는 것(Disregarding)이 그들의 욕망(Desire)를 강화시킨다. - 고객을 거부하는 것(Denying)이 그들의 결심(Determination)을 강화시킨다. - 고객을 차단하는 ..

칼리 피오리나 - 힘든 선택들

칼리 피오리나 - 힘든 선택들 칼리 피오리나(지음), 공경희(옮김), 해냄 흥미진진한 책이다. 혜성처럼 등장해 HP의 CEO가 되었을 때의 그 난리법석을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는 나로서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HP에서 중도하차한 그녀의 자서전은 구미가 당기는 종류의 책이었다. 하지만 읽고 난 후, 구미가 당기는, 그런 수준을 넘어 장차 기업의 임원진이나 CEO를 꿈꾸는 평범한 직장인들이 한 번쯤은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여기저기 추천하고 있다. 이 책은 여러 가지 면에서 경영에 대해 많은 것들을 가르쳐준다. 먼저 그녀는 비즈니스가 성공의 연속이 아니라 도전하고 실패하는 과정 속에서 성공을 향해 가는 것임을 말한다. 즉 ‘하겠다’는 의지와 신념, 결국 실행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여성으..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여행의 기술 -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이레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지음), 정영목(옮김), 이레 첫 페이지는 좋았지만, 채 열 페이지를 읽지 못한 채 덮었다. 초반부를 띄엄띄엄 읽다가 중반 이후 열심히 읽었다. 이 책을 통해 여행에 대한 뭔가 대단한 통찰을 얻는다거나, 대단한 여행 기술이나, 2006년 겨울 서울의 직장인들에게 대단한 위안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건 큰 오산이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알랭 드 보통이 쉽게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어떤 환경이 부러웠으며 여행지에 대한 이런 저런 정보들을 읽어 정리할 시간을 가졌다는 것이 부러웠으며 정처 없이 생각하고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삶을 부러워했다. 나는 여행을 거의 가지 않는다. 누군가와 같이 가지도 않을 뿐더러, 그나마 간 것도 ..

실행Execution

요즘 읽고 있는 책이다. . 원제는 'Making Strategy work'이다. 전략이 가동되도록 만들기 정도로 직역할 수 있겠다. 실은 나도 많은 계획을 세운다. 개인적인 일 뿐만 아니라, 업무에서도 그러한데, 정작 계획대로 결과가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 즉 문제는 계획이나 전략이 아니라 세워진 그것을 제대로 실행하는 것에 달려있다. 지금 읽고 있는 이 책에 대해선 조만간 리뷰를 올릴 예정이다. 대신 LG경제연구원에 나온 짤막한 리포트를 리뷰하기로 한다. '신사업 실행의 4S 성공 리더십', 유호연 선임연구원, LG주간경제 2006.7.5. 하나의 비즈니스가 100년이고 200년이고 영속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30년 전 한국 최고의 기업과 지금 한국 최고의 기업이 ..

딕테, 차학경

딕테 DICTEE 차학경(지음), 김경년(옮김), 어문각. 차학경(Theresa Hak Kyung Cha) 1951년 부산에서 출생했다. 1961년 가족과 함께 하와이로 이주했으며, 1964년에 샌프란시스코로, 1980년에는 뉴욕으로 이주했다. 버클리 대학에서 비교문학과 미술학사, 석사를 획득했으며, 짧은 생애 동안 제작자, 감독, 연기자, 비디오 영화작가, 공간 설치 예술가, 공연과 출판 문학가로서 많은 작품활동을 하며 주목을 받았다. 1981년 영화에 관한 논문 및 수필을 모은 Apparatus를 편집, 출판 했으며, 1982년 11월 뉴욕에서 31세의 나이로 요절했다. * * 실험적인 이 소설은 정치적 환경 속에서의 여성 목소리에 그 초점을 맞추고 있다. 클리오 역사, 칼리오페 서사시, 우라니아 천..

애서광 이야기

애서광 이야기 -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이민정 옮김/범우사 애서광 이야기, 플로베르, 범우문고192 책을 좋아하고, 사랑하며, 책을 사서 모으는 사람들을 우리는 흔히 애서가, 독서가, 수서가, 장서가라고 한다. 그 정도가 심하면 책벌레(書蟲), 서치(書癡), 서광(書狂), 서음(書淫), 서선(書仙)이라고도 한다. 이들 수서가(蒐書家)들에게는 책을 사 모으는 일만큼 즐거운 것은 없다. 그들은 사랑하는 책을 위해서라면 더위와 추위 따위는 상관없다. 무언가 진귀한 책을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천리길도 멀다하지 않는다. 이 책에 실린 3편 글 모두 책에 미친 사람(愛書狂)들의 이야기다. - 이상보, ‘작품해설’, 11쪽 책 읽기를 좋아하는 것과 책 자체를 좋아하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구분이 필요하다. 책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