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나라고 인어는 노래한다 호시노 도모유키 지음, 김옥희 옮김, 문학과지성사, 2002 전기가 흐르고 있는 듯한 밤이었다. 하늘 높이 매달려 있는 달은 거대한 백열전구가 되어 붉은 흙이 드러나 보이는 고원과 억새 들판을 빙하색으로 비추고 있었다. 개구리를 대신해 울기 시작한 가을 벌레가 지지직 하고 전자파를 보내, 나를 사로잡아 마음대로 조종하려 한다. 군청색의 투명한 대기를 뚫고 서늘한 공기가 섞인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대 백금색으로 빛나는 억새 이삭을 흔들어, 밀려오는 파도와도 흡사한 소리를 끊임없이 내고 있다. - 7쪽 미쓰오가 지금 빨고 있는 내 가슴도 오랫동안 냉장고에 넣어둔 과일처럼 생기를 잃어버렸다. 하지만 미쓰오는 눈치채지 못한다. 나는 화가 나, 좀더 나를 물체처럼 다루어달라고 낮은 목소리..